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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즌 슬립/타임 슬립

frozen sleep/time slip

vegetable showcase, kimilsungia, kimjongilia 


본 작업은 금수산 태양궁전에 안치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냉동 시신을 오마주 한다. 북한의 이데올로기를 작동시키고 있는 이 두 시체의 살아있는 죽음을 남한에 존재하는 살아있는 죽음과 충돌시킨다. 바로 시간을 잠재우고 영원한 삶을 얻는데 성공한 마트의 불빛이 그것이다. 24시간 7일을 평평하게 펴 바르는 마트는 무한히 이어지는 “오늘의 세계”에 대한 우울한 알레고리이다. 오로지 물신화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시체 두 구의 냉동 수면은 여전히 역사를 기억하던 북쪽의 추위로부터 역사를 잊은 남쪽으로 시간 이동함으로써 해동된다.



⟪격변! 미지로부터 코레아⟫(2016.12.20 ~ 2017.1.19)에서 첫 공개






작가 노트


⟨프로즌 슬립/타임 슬립⟩은 역사와 미학의 장 안에서 억압된 시간을 찾아보려는, 어쩌면 터무니없을지도 모르는 내기를 건다. 이 작업이 염두에 두고 있는 레이어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장 표면적인 부분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상징적인 구조이다. 이는 남한 마트의 흔한 야채 수경 냉장고와 북한 태양 궁전의 숭고한 두 냉동 시신을 겹침으로써 스스로가 완전히 탈물신화 된 개인들이라고 생각하는 우리 위에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저 신을 조명한다. 바로 형이상학적인 교활함과 신학적인 변덕으로 가득 찬 "상품"이 그것이다. 우리가 살아있는 시체들을 섬기는 이북과 별다를 바 없다는 멜랑콜리는 자유주의의 승리를 끝으로 역사의 진보는 종말 했으며 자유로운 개인들의 세계가 도래 했다는 냉소에 대한 반박으로 기능한다. 우리는 여전히 이데올로기의 시대에 살고 있다.


다른 한 레이어는 아직까지는 발아 단계에 머물러 있는 듯 보이는 수행적인 구조이다. 이는 김일성/김정일의 숭고한 냉동 시신을 "오마주", 혹은 "포스트 프로덕션"한다는 말도 안 되는 넌센스로부터 비롯된다. 두 구의 시신은 모든 것을 교환 가능한 코드로 상정하며 무엇이든 인용할 수 있다고 자처하는 컨템퍼러리 아트의 미학 강령에 그어져 있는 빗금처럼 보인다. 물신화 밖에서는 존재할 수 없는 "력사"의 령도자들은 이 컨템퍼러리의 장에 나오는 순간 괴상한 파열음을 내며 해동된다. 이것은 차용, 아카이빙, 포스트 프로덕션으로 이어지는 동시대 미학의 기억하기에 난입하는 내재적 비판이며 억압된 것의 귀환이다. 이 수행적 구조는 이러한 "적대 조각"의 시리즈가 어느 정도 쌓였을 때 비로소 분명한 형태를 띠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