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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를 위한 SF 안무

2016

Performance, 15min


20세기를 견인하던 한 단어가 있었다. 그것은 미래였다. 미래라는 개념은 새로운 세계를 꿈꾸는 자들을 위한 유토피아적인 상상의 젖줄이 되었고 혹은 디스토피아적인 비극을 통해 현재를 비판하는 거울이 되어 주었다. 새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한 실험은 20세기 지구의 절반 가까이를 매혹시켰다. 그리고 기계, 기술, 과학을 통해 역사와 미래를 가늠하는 SF라는 독특한 대중문화 역시 성행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의 다음 역사적 단계를 상상하는 힘은 쇠약해지고 말았다.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미래-21세기가 싱겁게 도래해버렸기 때문일까? 우리에게 미래란 아무런 설레임도, 흥분도 안겨주지 않는 쇠약한 낱말이 되어벼렸다. 하지만 더 나은 세계를 상상하기 위해서 미래를 말하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미래가 소멸해 버린 21세기는 비극적이다.


안무가 A에서 B로의 위치를 변환하는 미학적 실천이라면 B라는 그 너머, 즉 역사적 단절로서의 미래를 바라보지 않는 시대는 안무를 멈춘 세기이다. ⟪21세기를 위한 SF 안무⟫는 역사에서의 안무를 이번 세기에 다시 시도하고자 한다. 이것은 동시대의 안무 없음에 대한 안무이다. 아니, 더 나아가서 오늘날의 유일한 안무이기까지 하다.



국립현대무용단 안무랩(LAB) ⟪여전히 안무다: 장치⟫(2016.6.25 ~ 6.26)에서 첫 공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