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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부분집합은 전체집합에 구멍을 낸다 (동절기 모드)

2020

, 모기알, 히터, 혼합매체

 

1. 하절기(5-10) 동안 복지시설물이 모기들을 위한 대피소가 되어 서울시의 공공장소 곳곳에 설치된다.
2. 
동절기(11-4) 동안 복지시설물이 모기들을 위한 부화기가 되어 알을 적정 온도에서 안전하게 보호한다.

3. 다음 하절기가 오면 성충이 된 모기들을 어미의 서식지에 무사히 풀어준 후 1번 문장부터 반복한다.

 

〈어떤 부분집합은 전체집합에 구멍을 낸다〉는 지구상의 동물 중 인류에게 가장 치명적인 존재인 모기를 위한 보금 자리를 제공한다. 이 공공 복지시설에는 모기들을 불러모으는 각종 화학 물질이 배치되며, 체온에 맞추어 흐르는 혈액과 천적의 위협 없이 산란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 모기들은 이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안전하게 피를 빨 아 물에 알을 낳으며 각박한 서울살이를 헤쳐나갈 기력을 되찾을 수 있다.

 

모기들이 살아 남을 수 없는 겨울철이 되면 시설물이 일종의 쉘터가 되어 모기의 알을 배양한다. 실내공간에 설치 된 시설물은 적정 온도를 유지하며 올챙이, 송사리, 인류 등의 외부 위협 요소를 차단하여 장구벌레 알이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게 돕는다.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모호하게 블러 처리된 이 절차에는 중단문이 없기에 가시 범위 밖에서도 모기 배양이 (어쩌면 영원토록)반복되리라는 픽션적 함수를 형성한다.

 

사진: 이의록